건강

아토피, 밤만 되면 미치는 가려움… 항히스타민제가 답일까?

경제시사 허니비 2025. 4. 21. 00:51

아토피는 진짜 이상하다. 낮엔 괜찮다가도 밤만 되면 가려움이 폭발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잠들기 직전, 몸이 따뜻해지면서 갑자기 손끝에서부터 허벅지, 목덜미까지 긁기 시작하는데, 이게 시작되면 잠은 다 틀렸다. 왜 하필 밤일까?

 

그 이유는 꽤 명확하다. 사람의 몸은 밤이 되면 체온이 오르고, 히스타민 분비가 증가한다. 히스타민은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인데, 이게 가려움, 염증, 발진을 유발한다. 특히 아토피 환자처럼 피부 장벽이 약한 사람들은 이 히스타민 반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밤만 되면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필요한 게 뭘까? 바로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하는 항히스타민제다.

 

 

 


 

항히스타민제란?

항히스타민제는 말 그대로 히스타민 작용을 억제해 가려움, 재채기, 두드러기, 콧물 등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다. 아토피는 본질적으로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이기 때문에, 특히 밤에는 가려움 완화를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효과적이다. 나는 한의원을 다니면서 아토피를 천천히 치료한 케이스인데, 한의사 분께서도 한약과 항히스타민제는 함께 복용해도 괜찮고, 장기 복용해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서 믿고 먹었더니 증상 완화가 되며 2차 감염 억제에 도움이 됨. 그러니 내성이 생길까 고민하기 보다는 밤에 자기 1-2시간 전에 먹어두는걸 추천한다. 

 

하지만 모든 항히스타민제가 같은 건 아니다. 세대별로 약물의 작용 시간, 졸림 유무, 효과 지속 시간 등이 다르다. 실제로 모든 항히스타민제가 똑같이 작용하는 건 아니다. 어떤 건 졸리게 만들고, 어떤 건 아예 효과가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차이는 바로 ‘세대’에 따라 달라진다. 

 

세대별 항히스타민제 특징 및 추천

1세대 항히스타민제 (Sedating H1 Blockers) 극심한 가려움 + 잠 못 자는 사람에게 추천

  • 기전: 중추신경계(CNS)를 통과하여 H1 수용체를 차단하며, **항콜린 작용(anticholinergic effect)**과 진정 작용을 동반
  • 대표 약물: 클로르페니라민(Chlorpheniramine), 히드록시진(Hydroxyzine),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
  • 장점: 빠른 진정 작용 → 야간 가려움 억제에 탁월
  • 단점: 졸림, 인지 기능 저하, 항콜린 부작용(입 마름, 변비 등)

1세대는 약간 옛날 약 같은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는 히드록시진이나 클로르페니라민 같은 약이 있다. 이 약들은 가려움 억제뿐만 아니라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어서, 밤에 잠 못 자는 아토피 환자에게 꽤 유용하다. 문제는 졸림이 너무 심하다는 것. 낮에 먹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입이 마르거나 두통 같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밤에만, 아주 심한 날에,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연구에 따르면 히드록시진은 수면 유도 효과와 피부 소양 완화 작용을 동시에 보이며, 아토피 환자의 야간 각성 빈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임 (Kim et al., 2017)



2세대 항히스타민제 (Non-sedating H1 Blockers)

  • 기전: 말초 H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며, 중추신경계 침투가 낮아 1세대보단 졸림이 적음
  • 대표 약물: 로라타딘(Loratadine), 세티리진(Cetirizine), -> 상품명으로는 지르텍, 클라리틴이 제일 유명하다 
  • 장점: 장시간 작용(하루 1회 복용), 낮에도 활동 가능
  • 단점: 일부 환자에겐 약한 효과, 졸림이 여전히 약하게 동반될 수 있음 (특히 세티리진)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우리가 흔히 감기약 말고 먹는 알러지약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세티리진, 로라타딘 등이 있다. 이 약들은 중추신경을 거의 건드리지 않아서 졸림이 1세대 약보다는 덜한 편이다. 상품명으로는 상품명으로는 지르텍, 클라리틴정이 한국에서 유명한데, 지르텍은 좀 졸리고 클라리틴은 안 졸린데 그만큼 효과는 떨어진다. 비교적 승인이 난지 오래 된 (2000년도에 승인) 받은 약이라서, 나이 지긋하신 약사님이 계신 약국에 가서 알레르기약을 달라하면 열에 아홉은 지르텍을 주실 거다. 

 

아토피, 밤만 되면 미치는 가려움… 항히스타민제가 답일까?
지르텍, 출처:약학정보원

 

 

 

3세대 항히스타민제 (Active metabolites) (장기 복용 필요한 경우 추천)

  • 기전: 2세대 항히스타민제의 활성 대사체로, 더 높은 선택성과 안전성 보유
  • 대표 약물: 데슬로라타딘(Desloratadine), 레보세티리진(Levocetirizine), 빌라스티린(Bilastine), 펙소페다닌
  • 장점: 가장 낮은 졸림 가능성, 장기 복용에도 안정성 확보
  • 단점: 가격이 비싸거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제한적일 수 있음

3세대는 2세대의 더 정제된 형태라고 보면 된다. 레보세티리진, 데슬로라타딘, 빌라스틴, 펙소페다닌 같은 약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졸림도 현저히 줄었으며, 안전하게 오래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최근 선호되는 항히스타민제들이다. 특히 펙소페다닌은 졸음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간에서 대사되지도 않는 약이라, 존재하는 거의 모든 부작용을 없앤 약이라고 평가받는단다. 나도 실제로 펙소페다닌과 2세대 세티리진을 번갈아 먹고 있다. 

 

다만 문제는 가격. 일부 약물은 건강보험이 안 되거나, 일반 의약품으로 구입하기엔 비싸다. 그래도 장기 복용을 고려한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는 선택지다. 약국약 치고는 비싼 정도 (1만원대 초중반) 가격으로 싯가가 형성되어 있다 

 

 

아토피, 밤만 되면 미치는 가려움… 항히스타민제가 답일까?
알레그라, 출처: 알레그라

 

 

 

 

 

20년차 아토피 환자의 실제 항히 복용 경험

나는 밤마다 긁느라 수면시간이 4시간도 안 됐던 기억이 있다 ㅠㅠ  처음에는 약국에서 알레르기약 주세요~ 하면 2세대 항히스타민제로 지르텍을 주는데 (한국에선 이게 젤 유명한 것 같다) 지르텍은 진짜 너무 졸려서 낮엔 쓸 수가 없다.. 그렇다고 덜 졸린 알레르기약 주세요 ~ 하면 2세대 세티리진 계열의 약을 주는데, 덜 졸린 만큼 효과가 진짜 거의 없다 ㅋㅋㅋㅋ 돌고 돌아 정착한 복용법은 3세대 펙소페다닌 성분의 알레그라와 (졸음이 거의 없음. 효과는 중간 정도) 2세대 세티리진 성분의 지르텍을 번갈아 쓰는 것. 지르텍은 좀 졸린 감이 있으니 밤에만 먹고, 알레그라는 함량이 높게 나온 약이고 졸리지 않아 반 알 낮이나 저녁에 몸이 근질 ~ 거릴때 먹는다 

 

알레그라+지르텍 조합 추천! 제일 굿임.

 

아토피는 증상 조절이 핵심이다. 평생 어차피 관리를 해야하는 약 하나로 완치되지 않지만, 제대로 알고 맞는 약을 선택하면 삶의 질이 분명 달라진다. 항히스타민제는 간 부담도 적고 내성도 없는 약이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장기복용하며 긁게 되는 수준을 떨어트리는게 치료에는 긍적적으로 작용한다. 부디 이 글이 당신의 항히스타민제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