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는 결국 끊어야 해요.”
나도 처음엔 이 말이 공감이 안 됐다. 20년 넘게 아토피로 고생하면서 수많은 병원을 돌았고, 그때마다 스테로이드는 항상 ‘빠르게 회복을 도와주는’ 약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내 피부의 회복을 늦추는 독’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은 20년 넘게 중증 아토피를 달고 산 제가 스테로이드랑 이별하고 자연치유 성공한 스토리를 시리즈로 풀어보려고 한다
리바운드, 진짜 존재한다
나는 얼굴, 목, 팔 접히는 부위 위주로 아토피가 반복적으로 터지는 타입이었다. 나의 경우 어릴 때 부터 아토피를 앓았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아토피가 번지는 타입인데, 항상 번지는 부위는 바뀌더라. 한창 외모에 관심 많을 20대에 가슴과 팔쪽에 아토피가 번진게 너무 스트레스였고, 속옷이 닿는 부위여서 화끈거리고 아프기도 했다. 그때 다시금 병원에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다. 피부과에 가서 아토피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다 뻔한 얘기 하면서 스테로이드를 주시니까.. 심하면 먹는 스테로이드, 경증이면 바르는 외용제를 주신다.
처음엔 약이 정말 잘 들었다. 바르면 가라앉고, 멀쩡한 얼굴로 출근도 가능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약을 끊으면 증상이 훨씬 더 심해진다. 그게 리바운드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부가 예민해졌나?” 생각했지만, 반복되다 보니 이상했다. 스테로이드를 끊으면 며칠 내로 환부가 붉어지고, 진물이 흐르고, 자다가 긁어서 피가 나는 날도 있었다. 그럼 병원에서는 또 약을 주고, “이번엔 약한 걸로 짧게만 써보자”고 말한다. 결국 나는 매번 약을 다시 바르게 되었고, 이 루프가 몇 년간 반복되었다.이때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이걸 언제, 어떻게 끊어야 하지?”
아토피는 리바운드가 유독 심한 이유
우선 스테로이드는 단순한 피부 치료제가 아니라 면역 억제제다. 우리 몸은 염증 반응을 통해 회복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스테로이드는 그걸 ‘억제’만 한다. 즉, 염증의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그냥 눌러놓는 것뿐이다. 여러 병 중 아토피는 그 기전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연구중인 병 중 하나다. 단순히 몸의 염증 수치가 높고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여 외부 세계에 있는 무언가의 자극을 [내 몸을 침범한 무언가] 라고 생각하고 면역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면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돌려두는 것 만이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그래서 약을 바르면 잠깐은 좋아 보이지만, 피부는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계속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약을 끊는 순간, 억눌렀던 염증이 한꺼번에 튀어나온다. 이게 리바운드다. 특히 얼굴처럼 피부가 얇은 부위, 장기간 사용한 경우일수록 증상이 극심해진다.
나는 팔이 접히는 부위, 겨드랑이 처럼 피부가 얇은 곳에 아토피에 약을 오래 써왔기 때문에, 리바운드가 정말 강하게 왔다. 실제로 리바운드 첫 주차에는 가려움이 통제가 안돼서 하루 종일 얼음을 대고 있어야 했고, 출근해서도 내내 몸이 화끈거리고 불편했다.
스테로이드 중단하면서 바꾼 생활습관들
6개월 전부터 탈스(스테로이드 중단)를 시작했다. 프로토픽도 같이 끊었다. 먹는 것 바르는 것 모두 양약을 끊고 근본 치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두 달은 지옥이었다. 환부 전체가 붉고 뜨거웠다. 회사에선 더워도 계속 긴팔을 입고 다녔다. 하지만 나는 이쯤에서 한 번은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치료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스테로이드는 내 피부를 잠깐 가려주는 역할만 할 뿐,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니까, 결국 고장난 나의 내분비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끔 고쳐두어야 하니까. 나는 리바운드로 고통받는 기간동안 다시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기 위해 생활습관을 이렇게 바꿨다.
일단 제일 중요한 두가지는
긁지 않는 것, 그리고 가려움이 덜한 생활환경 만들기 것 두 가지인데, 사람마다 가려워지는 요인은 다를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샤워 후에, 밤에 (생체에서 생성하는 자연 항히스타민이 떨어져서), 아침에 유독 가려움이 심했다. 그래서 다음처럼 생활습관을 바꿨다.
- 1. 물샤워, 세정제 사용하지 않기, 냉수샤워, 샤워시간은 최대한 짧게
- 아토피 환자는 피부 장벽이 거의 사라져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저자극인 바디워시를 써도 자극이 되기도 하고, 피부에 필수적으로 남아있어야 피부 장복이 재건되는 '세라마이드' 가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피부가 약간 기름기가 있는 상태로 냅둬야 자연 회복이 된다. 아토피는 절대 더러워서, 씻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 아니니 바디워시 사용하지 않기.
- 또,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가렵다. 찬 물로 씻고 샤워는 빠르게 끝내고 나와야 한다.
- 2. 유분보단 수분 위주 보습
- 오일계 제품은 오히려 자극이 된다. 수분 위주의 저자극 로션을 2~3시간 간격으로 계속 덧바르는 것을 추천한다. 피부가 약-간 은 건조한 상태로 남아있도록 두는게 좋다. 세라마이드 들어있는거 바르면 피부가 확실히 좀 더 빠르게 회복한다.
- 3. 침구류/세제 전면 교체
- 세제 성분에 민감한 것도 한몫했다. 아토피 전용 세제로 바꾸고, 섬유유연제는 완전히 끊음. 침구는 면 100%로 맞췄다. 그리고 이불 빨래는 무조건 자주 해 주고 낮에는 이불을 햇빛에 노출해서 소독해야함. 알러지케어 이불 좋아요.
- 4. 인생의 최우선순위를 수면에 두기
- 나같은 경우는 스트레스를 받는 날은 바로 저녁에 증상이 심해졌다. 스트레스 때문에 잠못자서 그 다음날 더 심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퇴근 후 산책 -> 샤워 -> 스트레칭 순으로 몸을 식히고 잘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항히스타민제 자기전에 한 알 먹으면 좋다.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이 덜한 3세대 펙소페다닌을 추천한다. 잠만 좀 푹 잘 자도 그 다음날 덜 가렵고, 자는동안 피부가 일정 수준 이상 재생이 된다.
- 5. 젤네일하기
- 젤네일을 하면 손톱 끝이 뭉툭해진다. 그래서 긁고 나서 상처가 좀 덜 생기는데, 2차감염 예방에 좋다.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던거라 적어둔다. 아토피를 겪으면 알겠지만 아토피 환부는 긁는다고 해서 가려움이 해소되는게 아니다. 몸에 염증이 있는 상태기 때문에 긁으면 환부에 열이 오르고, 열감이 생기니 그 부위가 더 가렵다. 그상태로 계속 긁으면 2차 감염으로 번져서 치료에 더 큰 시간이 걸린다.
아토피에 완치는 없다. 꾸준한 관리가 답
지금 나는 완치된 건 아니다. 아직도 붉은 자국이 남아있고, 가려운 날도 있다. 하지만 리바운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물은 나지 않았다. 피부가 서서히 자기 회복력을 되찾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전엔 “약 없이는 안 돼”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경우 경증 아토피가 아니라 중증에 가까울 만큼 심했기 때문에 한의원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했다. 아토피 한의원 치료는 몸 내부에 열을 제거하고 염증을 제거하는데에 주안을 둔다. 식이요법,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치료하는 방법이다. 다만 나는 이게 이제 가장 근본적인 치료라고 생각하고, 다시는 스테로이드와 프로토픽에 의지하고 생활습관을 그지같이 두는 방식의 치료는 안 하려고 한다. 치료가 아니라 아토피 숨기기라는 말이 진짜 맞는 것 같다..ㅠㅠ
아토피가 경증 단계로 넘어오니 진짜 훨씬 살만한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시리즈는 꾸준히 연재해 오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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